작은 땅일수록 설계에서 볼 게 많아집니다. 최근에 진행한 두 곳을 예로 정리했습니다. 성북구 보문동 오피스텔과 종로구 연지동 숙박시설입니다.
둘 다 대지가 100평이 안 됩니다. 그런데 조건은 큰 땅보다 복잡했습니다.
보문동 — 한 필지에 용도지역이 두 개
대지면적283.00㎡ (85평)
용도지역준주거지역 및 제3종일반주거지역
연면적1,400.00㎡ (424평)
건폐율 · 용적률53.91% · 354.25%
규모지하2층~지상10층
용도업무시설 중 오피스텔
주차16대
이 땅은 한 필지가 제3종일반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에 걸쳐 있습니다. 그래서 건폐율과 용적률을 하나의 기준으로 못 씁니다. 각 용도지역에 속한 대지면적 비율대로 가중평균해서 법정 기준을 산정했습니다.
여기에 가로구역별 최고높이 제한과 지정 건축선이 걸립니다. 중점경관관리구역과 상대보호구역에도 들어갑니다. 성북구 건축심의에 경관심의까지 따로 봐야 했습니다.
평면은 시장부터 봤습니다
도면을 그리기 전에 주변에 최근 지은 오피스텔들의 규모와 평면, 임대 현황부터 조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인근에 공급된 복층형을 참고했습니다.
전 세대를 원룸형 복층으로 잡고 발코니와 다락을 넣었습니다. 면적을 나누는 대신 수직으로 늘린 겁니다. 작은 세대에서도 쓸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납니다.
지하는 주차만으로 안 끝납니다
1층은 카리프트와 장애인주차, 엘리베이터홀과 계단실을 넣은 필로티로 잡고 2층부터 오피스텔을 올렸습니다. 주차는 지하 2층까지 3단 기계식으로 대수를 맞췄습니다.
그런데 작은 대지에서 지하층은 주차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규모 때문에 전층에 스프링클러가 들어가면서 지하에 소화수조와 펌프실도 확보해야 했습니다. 카리프트, 기계식주차, 소방설비, 코어가 한정된 공간에서 서로 안 부딪히게 조율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연지동 — 종묘 옆이라는 조건
대지면적315.10㎡ (95평)
용도지역일반상업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
연면적2,136.19㎡ (646평)
건폐율 · 용적률55.99% · 619.37%
규모지하1층~지상11층
용도일반숙박시설, 제2종근린생활시설
외부마감로이복층유리 커튼월 및 지정석재
종묘 옆입니다. 그래서 외관을 어떻게 할지가 첫 번째 문제였습니다.
결론은 튀지 않게 가자였습니다. 회색조 석재로 외피를 잡았습니다. 유행 타는 소재 대신 시간이 지나도 안 변하는 걸 썼습니다. 골목에서 건물 하나가 튀면 주변 균형이 깨집니다.
장식을 더하는 대신 사선 형태의 석재 루버로 깊이를 만들었습니다. 해가 움직이면 외벽에 그림자가 지면서 입면이 달라집니다.
객실에서 뭘 보게 할 것인가
1층 기단부는 유리로 열어서 길과 이었습니다. 객실층부터는 종묘 방향으로 창을 냈습니다. 숲과 기와지붕 선이 창에 담깁니다.
건물 제일 위에는 스케일을 다르게 한 열린 공간을 뒀습니다. 종묘와 도심을 한 번에 보는 자리입니다.
짚고 갈 점
숙박시설은 객실 수만 늘린다고 수익이 늘지 않습니다. 창이 어디를 보는지가 객단가를 만듭니다. 종묘 옆이라는 조건은 제약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자산이었습니다.
작은 땅에서 설계가 하는 일
두 현장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용도지역, 높이, 건축선, 각종 심의, 주차, 소방설비, 거주환경, 임대 경쟁력이 하나의 건물 안에서 동시에 풀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땅이 작을수록 이 조건들이 서로 부딪힙니다. 주차를 넣으면 코어가 안 들어가고, 소방을 넣으면 주차가 모자랍니다. 그래서 초기 계획 단계부터 규모와 형태, 인허가 조건을 같이 봐야 합니다.
도면을 먼저 그리고 나중에 법을 맞추면 처음부터 다시 그리게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한 필지에 용도지역이 두 개면 어떻게 되나요?
각 용도지역에 속하는 대지면적 비율에 따라 가중평균해서 건폐율과 용적률을 산정합니다. 보문동 현장이 그런 경우였습니다. 매입 검토 단계에서 이걸 확인하지 않으면 예상 연면적이 달라집니다.
작은 땅인데 심의를 여러 번 받아야 하나요?
구역 지정에 따라 다릅니다. 보문동은 중점경관관리구역과 상대보호구역에 함께 들어가서 건축심의와 경관심의를 모두 봤습니다. 대지 크기보다 어느 구역에 걸쳐 있느냐가 심의 횟수를 정합니다.
설계 단계에서 시공을 같이 보면 뭐가 다른가요?
공사비를 잡을 수 있습니다. 기계식주차와 소방설비, 코어가 지하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도면이 다 나온 뒤에 발견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계획 단계에서 시공 조건을 같이 검토하면 그 수정을 도면 위에서 끝냅니다.
같은 대지에서 층수를 더 올릴 수 있게 된 배경은 2025년 서울시 용적률 완화와 일조사선 쪽에 정리해두었습니다.
정리
- 한 필지가 두 용도지역에 걸치면 건폐율과 용적률을 가중평균으로 산정합니다.
- 작은 대지의 지하층은 주차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소방설비 자리가 함께 필요합니다.
- 숙박시설은 객실 수보다 창이 어디를 보는지가 값을 만듭니다.
- 계획 단계에서 인허가와 시공 조건을 같이 봐야 도면을 다시 안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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